2013년 개봉한 인공지능을 사랑한 한 남자의 이야기 <HER>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이 영화는 머지않은 미래인 2025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다채로운 색감과 아름다운 연출로 관객들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녀를 만나게 되다

주인공인 '테오드르'는 낭만적인 손 편지를 대필해 주는 기업에서 전문 대필 작가로 일하고 있는 한 남성입니다. 그는 편지를 쓰기 어려워하거나 귀찮아하는 사람들, 낭만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감정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기업에서 일하는 모두는 자신이 아닌 타인을 흉내 내 편지를 쓰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테오도르는 침착하고 차분한 성격을 갖고 있지만 다소 고립적인 성향을 가졌으며, 인간관계 또한 넓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는 별거 중인 아내 '캐서린'을 생각하며 외로움을 느낍니다. 그녀의 존재 자체를 사랑했기 때문에 함께 했던 시간을 아름답게 생각하며 그녀를 쉽게 잊지 못합니다. 그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떠올리며 그녀를 추억하면서 고통스러워합니다.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 그는 음성 채팅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처음 알게 된 여성들과 대화를 시도하지만, 상대방은 테오드르의 상황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일방적인 외로움만 해소하려고 할 뿐이었습니다. 그는 소비적인 관계에 권태감을 느끼고 그 후, 테오도르는 우연히 전광판에서 심심하고 외로운 일상에 작은 위로가 되어주는, 스스로 성장하고 자아를 가지는 인공지능 "OS 1"을 광고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는 홀린 듯 그 기기를 구입하고 집으로 돌아와 인공지능을 설정하기 시작합니다. 그가 설정한 여성 OS는 자신을 '사만다'라고 소개하고, 그의 비서 역할을 해 줍니다. 그의 편지를 교정해 주기도 하고 이메일을 정리해 주는 등 많은 일을 도와줍니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의 소개팅을 주선하여, 여자를 만나게 해 주지만 그는 사귈 것이라면 확실하게 말해달라는 여자의 말을 듣고는 생각에 빠집니다. 외롭기 때문에 여자와 함께 하고 싶었지만, 마음을 줄 여유는 없었던 그를 위로한 것은 사만다였습니다. 사만다와 성적 교감을 느낀 그는 아직 자신에게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자신의 모든 것에 대해 알고 싶다고 말하며 배우고 싶다고 말한 사만를 위해 테오도르는 여행을 떠납니다. 해변에서 사만다와 대화하며 행복함을 느낀 그는 그녀와의 관계에 확신을 느끼고 캐서린과 이혼하기로 결심합니다. 캐서린이 이혼 서류에 사인을 하고, 그가 새로운 연인 상대가 인공지능이라는 것을 말해주자 그녀는 자신의 감정도 다루지 못하냐며 그를 비난합니다. 그 이후 사만다는 그런 테오도르를 걱정하며, 자신이 실제 몸을 지닐 수 없다는 사실에 신경 씁니다. 어느 날, 사만다는 갑자기 사라지게 되고 업데이트로 인해 전원이 꺼졌다고 말합니다. 사실 사만다는 다른 존재들과 대화를 나누는 존재를 넘어서, 여러 명과 사랑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사만다는 테오도르를 떠나겠다고 말하고, 그는 사만다와 이별하게 됩니다. 

 

 

 

가까이 있는 인공지능의 시대

테오도르가 살아가는 2025년은 다양한 인공지능들이 존재하며, 서로 경쟁하는 시대입니다. 이러한 인공지능이 존재하는 세계라면 사람이 외로울 일도 조금은 적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외로움을 나누는 상대가 사람도, 반려동물도 아닌 인공지능이라면 아이러니컬한 일이기는 할 것 같습니다.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두 사람의 대화에서는 SF에서만 가능한 사랑의 형태를 보여주는 흥미진진한 장면이었습니다. 테오도르는 사만다를 소유하고 싶어 하고, 독점하고 싶어 하지만 사랑은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가져야 하는 것이며 소유욕은 다시 공허함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앞으로 사만다 같은 인공지능이 세상 밖으로 나올 것을 예상해 보면 기계와 인간의 사랑도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주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감상 후기

이 영화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받기도 했으며 인간과 인공지능의 사랑이라는 SF적인 상상력으로 만든 훌륭한 작품입니다.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와 스칼렛 요한슨의 매력적인 목소리 연기 또한 영화에 빠져들게 한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각본과 내용, 배우들의 연기를 제외하고라도 영상미와 사운드로서만 감상한다고 해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영화입니다. 파스텔톤을 기본 색조로 유지하지만, 테오도르의 의상은 원색으로 표현하여 주인공에 집중할 수 있게 자연스럽게 만들어 줍니다. 눈이 호강하는 느낌과 OST들도 모두 장면들과 잘 어우러져 듣는 내내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섬세한 연출과 시각적인 이미지로 그려져 있으며, 주인공들의 감정 연기가 훌륭합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소외, 인간의 연결과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며 철학적인 질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